요즘은 이곳 게시판이 조용해서.. 왠만하면 혼자 스스로 가만히 두고보려다가 결국 글을 쓰네요.

남자친구와는 관심갖고 만난지는 몇개월, 정식으로 사귄지는 이제 한달쯤 되어요.
저도 30대 중반으로 나이가 있지만 남친은 8살이나 많군요. 이렇게 나이많은 사람은 첨이라 고민한 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크게 보여서 만나고 사귀고 했어요.

근데 좀 답답하고 신경쓰인 면들이 있어서.... 좀 정리해볼께요.

1. 사귀자는 말.
그간 말과 글을 주고받으며 생각보다(?) 진실되고 (사람에게) 성실한 사람이라 여겨졌고. 몇가지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도 가지고 있기에 만남을 이어가다 사귀게 되었어요.
그런데 사귀게 되는 과정에서도 생각하는게 달라서 제가 많이 답답해했었어요.
상당히 조심스럽게 다가오긴 했으나 '구애'라는 것은 느껴지긴 했는데, 사귀잔 말이 없는거에요.
백번 고민 끝에 제가 먼저 얘길 꺼냈고(사귀자는 말을 왜 안하냐는 화제를), 꼭 그 말을 하지 않아도 본인은 매일 저에게 대쉬를 해왔으며 나도 자신에게 맘이 있는건지 아닌지 계속 살피기만 한 듯이 말을 하더군요. 사람이 사귀는데 구지 그 '말'이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은 거에요. 아무튼 나도 좋은 마음을 갖게 되었으니 계속 만나는거다. 또한 관계를 분명히 하는 대화는 필요한거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당신과 손잡고 사귀는것처럼 다니긴 싫다. 그리고 이런말은 남자가 먼저 해주길 바란다.  이런 말 끝에 수긍을 하고 그 절차(??)를 거쳐서 지금은 사귀고 있답니다.
사귀는 과정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생각하며 넘어갔지만,
사귀자는 말을 하는 것이 남자입장에서는 거절당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 만큼, 좋아하는 여자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 그 말을 하지 않는것은 소심한 것도 같고 쉽게 가려는 것도 같고, 그걸 감수할만큼 날 강하게 좋아하는건 아닌건지.. 하는 생각이 계속 걸리긴 합니다.

2. 외모에 너무 무관심=무성의?!
음악을 프로급의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얼핏 보여지는 스타일이 그에 걸맞게 자유분방해요. 그러다보니 나이를 들으면 대부분 놀라는 편이구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구요.
그런데 친해지고 보니, 신경을 쓰는 타입이 정말정말 아닌거에요.
보여진 스타일은 그냥 본인이 예로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일 뿐. (머리가 좀 길어요)
본인입으로 의복에는 관심이 없다했고, 있는 옷을 또 선물받는것도 별로 안좋아한데요. 보면 같은 옷 맨날 입구다녀요.. 올드패션으로. 본 스타일이 있어서 조금만 신경쓰면 멋있어 보이기도 할거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요즘 전 가까이서 자주보니 동안은 커녕 심할때는 노숙자 같단 말도 튀어나올뻔 --;;;;;;;;;;
저 스스로가 남자가 외모에 넘 신경쓰는거 그닥 안좋아하는데다가, 그런거에 무심한 남자들 많다는것 알아요. 그런데 외모준수, 스타일리시까진 아녀도 용모단정의 범주에는 드는 사람이 좋은데다가, 문득문득.. 머리 산발이고 옷도 넘 단정하지 않게 입고 아무렇지않게 날 만나러오면 좀 서운하더군요. 성의의 문제 아닌가까지 생각되는데.. 아직은 이 얘길 심각하게 해본적은 없어요.
옷도 좀 사라하고 싶은데 돈벌어서 어디다 쓰는지 --;
사실 이런 잔소리까지 하고싶진 않은데.. 말을 꺼내면 불만스럽게 다다다 말해버릴거 같아서요--;;;

3. 스킨십
평소에 손잡고 다니는데.. 이게.... 안잡고 다니는 순간들이 좀 많아요..
남자들 손잡고 다니기 시작하면 어디가나 꼭꼭 여자친구 손 챙기지 않나요. 전 남친들은 항상 그랬었는데..ㅜㅜ 
첨에 사귀는 분위기이나 사귀자는 말을 하진 않아서 난 사귀는걸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당시,
손을 잡으려고 하면 제가 피하곤 했어요. 몇번 그러니까 손잡는거 싫어하냐고 물은적 있구요. 전 아무하고나 손잡냐고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사귀는 사이니까 손잡는거 피한적 없는데, 하지만 제가 먼저 잡지도 않긴해요. 저보고 잘 잡아주지 않는다고 말한적도 있구요.
여전히 내가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생각하여 그러는건가 싶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처음엔 남자들이 먼저 다소 강제로라도 잡으려하지 않나요 --; (싫어하는 사람이 그럼 안되겠지만, 사귀는데 싫어할리야없죠)
제가 좀 소극적이에요. 그래서 첨엔 빼는 척 많이하고 실제로 어색해서 제가 표현을 잘 못하구요. 그러나 남자가 스킨십 잘 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저도 잘하게 돼요.
이사람과는 예를들어 만나자마자는 (요즘 추우니까) 각자 주머니 손찔러넣고 나란히 걷다가.. 좀(또는 한참?) 지나고나서 어찌 손잡고 가더라구요. 또는, 차에서 내려서 어딜 들어가는 그 사이에 그냥 따로걷는 모양새... 전 이게 너무 싫은데 이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네요.
예전에 자기 부모님 얘길 하며, 두분 절대 손 안잡고 아버지가 몇미터 앞에가고 어머니가 뒤에가는.. 그런 분위기를 말한적 있는데. 그때 좀 불안했는데 정말 이사람이 그러는거같아요.
그런거 싫고 나한텐 그럼 안된다 말하려고 하는데.. 아직 말 못하고 서운해하기만 하네요. 어찌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이런말을 하게 만드냐는 생각만 ㅜㅜ

그리고.. 어제 불만의 정점을 찍은 것이 있는데. 부끄럽지만.. 키스타임이 되었는데요--;
손잡는 것에서부터... 욕구불만 생길까 두려운 조짐이--;;
식사를 하고나서 얼마 안돼서라.. 차도 마셨지만, smell을 아예 피할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차안에서) 다가오는데 조금 밀치고 말았는데 내가 왜 그랬는지는 정확히 소통하지는 않은 상황이었구요.
그런데.. 그러고는 한시간동안 그냥 별 쓰잘데없는(정말 별거아닌) 대화만 하며, 그럼 오늘은 일찍 들어가자는거에요.(본인은 절대 화나진 않았음) 그 와중에 '뽀뽀도 못하게 하니까' 어쩌구~ 하며.
제가 밀쳐서(그렇다고 정색한것도 아니고, 뭐라 말하며 쑥스럽게 웃으며 밀었어요) 조금 민망했을수도 있으나, 여러번 그런것도 아니고, 딱 한번 그런 후에 '못하게 하니까' 안하고 한시간 동안이나 아무 영양가 없는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고만 일찍 들어가자니 -_-;;;;;;
제가 먼저, 아니라며 괜찮다며 다가갈수도 있겠으나... 아직은 정말 전 그렇게는 못하겠구요..
사귄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그렇다고 처음하는 키스도 아니고.. 어두운 차안에 한시간 동안 있으면서 내가 못하게 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던 그 상황이.. 전 너무 기분상하는거에요. 심하게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ㅜㅜ 제가 심한건가요?
기분상해서 얘기하다 좀 멈춘 타이밍에 내가 먼저 그만 들어가겠다 해버렸어요. 그러니까 눈치없이 '그래요 그럼~ 오늘 일찍 들어가 쉬어요' 하고 고고씽 -.-
이 일을 계기로 조금 전에는 인터넷상에서 '성욕없는남자'를 검색해보기까지 --;;;;; 
이런 남자 처음이고 이런 얘기를 내가 하는 것도 정말 힘든데, 필요한 얘기라면 하려고는 해요.
그런데 정말 성욕자체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 그런거라면, 아니면 남자 나이 마흔 넘어 그만큼 밍숭맹숭해진 거라면.. 이거 나름 중요한 문제 아닌가 고민되네요. 전 첨에 많이 어색해하고 수동적이긴 하지만 스킨십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ㅜㅜ

적은것 외에도 몇가지 고민거리는 더 있지만 더 쓰기 힘겹네요..ㅎㅎ
좋게 생각하고 만나오고는 있는데 아마도 이런것들 때문인지 막 사귀는 느낌이 그닥 안들기도 해요.
나이 많은 것도 신경쓰이지만.. 다른 좋은 점들을 더 크게보고 관계를 진전시킬 맘도 없는건 아닌데, 위의 고민들이.. 별거 아니지만 중요하게 다가오기도 하네요.

설날 구구절절 길게도 쓰게 됐는데..
제 고민에 공감 또는 도움말씀... 뭐든 부탁드립니다..

저도 남친하고 나이차이가 상당해서 남일 같지 않네요. 호호...;;;

나이도 있고, 확고한 취미까지 있으니...자신만의 세계가 확실한 분이신듯 해요.
경험상 저런 분들은 로맨틱한 부분이 거의 제로에 가깝던데...하나하나 알려주고 이끌어줘야 하는 부분일거에요. 아님 속터지죠. 
얼른 포기하고 모조리 알려주겠다!하고 만나셔야 편하지 않을까용. 제가 그러거든요.
처음엔 저도 어색하고 황당하고 해서 말이 뾰족하게 나갔는데(원글님 말씀대로 불만스럽게 다다다~), 요샌 분위기 슥 살펴서 발랄~하게 직선적으로 말해버립니다. 깔끔하게 사실만요. 처음엔 되게 어색해하고 민망해하고 그러더니, 요샌 본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는데까지 발전했어요. 저도 일단 말하고 나면 한동안은 진득하게 기다려줘요. 나이 먹어서 몸에 밴 뭔가를 바꾸는게 어디 쉽겠어요ㅠ 하지만 몇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다 싶으면 또다시 상콤하게 사실을 확인시켜주죠.

옷도 하도 그지;같이 입고 다녀서 하나 둘 사다 입히기 시작했죠.(안경테부터 구두까지!!) 처음엔 내가 벗고 다니냐?며 (그걸 말이라고!!) 궁시렁대더니, 주변에서 훤해졌다~며 반응 좋으니 이젠 말없이 받아 입습니다. 좋은게 좋은거지 튕기긴. 흥ㅋㅋ 

남자가 센스있게 알아서 착착착 해주는 것이 참 좋은데, 남자들도 되게 스트레스 받는다잖아요. 나이 먹으니 그런 스트레스 받기 싫겠죠;  전 그냥 좋다, 싫다 확 말해버려요. 몇번 해보니 어렵지~않아요~호호;;;  좋다, 싫다, 뭐 하고 싶다 이런거 확실하게 말해주는거 진짜 좋아하는게 표정에서 보여요. 
나이 먹어서 더 나이 먹은 사람과 연애하려니 스똬일도 바뀌어야 하고(옛날엔 이 눈치 없는것! 하고 막 승질 부리고 그랬는...;;)...쉬운게 없습니다 그려. ^^;;
 

아하하하하하~~~ 저 빵 터졌어요.
목을 잡고 짤짤 흔들며<---요기서요. ^^

답글 쓸 때 조심히 쓰느라 못 쓴 말들을 다 해주셔서 시원~하네요.
sooh님 아주 재미있는 분인듯!^^